이미지 크게보기징용의 섬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 중인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을 관람하기 위해 일본인과 외국인 등 관광객들이 5월 말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5월 29일부터 사흘 동안 군함도를 직접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을 이끌었다며 유산으로 등재하려는 탄광에는 조선인을 강제징용했다는 역사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경덕 교수 제공

과거사와 현안 분리대응… 대일외교 투트랙 전략

한·일정상회담 개최 등 전면적 개선 이어질지 주목

2년4개월 대일 강경 고수… 허송세월 아니었나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 양국이 과거사의 짐을 내려놓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밝히는 것은 과거사와 다른 현안들의 분리 대응 방침을 공식화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사 문제가 완벽하게 풀리지 않았다고 해서 한·일 관계 개선을 마냥 미뤄두지 않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미 유흥수 주일대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투 트랙 전략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라는 전면적 관계개선으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박 대통령이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행사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 “오늘 행사는 양국 국교정상화를 축하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것으로, 박 대통령은 양국이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해 나갈 것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한·일 간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풀리지 않은 현안은 그것대로 다뤄 가면서 미래지향적인 협력은 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통해 대일외교를 투 트랙으로 끌고 갈 것임을 천명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위안부 문제 등 풀리지 않은 현안은 계속 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과거사 문제를 제쳐 두겠다는 취지는 분명히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이 종전 70주년 기념일인 오는 8월 15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향해 ‘과거사 문제에 성의를 보이면 전면적인 관계개선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추동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내놓을 메시지도 관심사다. 정부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한·일 두 정상이 국교정상화 축하 행사에 교차 참석한다는 사실은 양국 간 문제를 잘 풀어가는 쪽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핵심 관계자는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아베 총리의 8·15 담화가 나온 뒤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