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유감’표명 예상
담화·정상회담 분리추진
현실적 접근론 주장하기도

한·일 관계 정상화의 열쇠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월에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에 있지만 정작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 등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지 그 전망은 밝지 않다. 22일 외교 소식통과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담화에 그간 한국과 중국이 요구해온 ‘식민지 지배’ ‘침략’ 그리고 이에 대한 ‘사죄’ 등 세 가지 표현이 포함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담화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이를 한·일 정상회담 문제와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8월에 있을 아베 담화는 (선례에 비추어) 예상되는 범위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반둥회의 연설과 미 의회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반성’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사죄’ 의사는 밝히지 않았으며, 이달 초 홍콩 봉황(鳳凰)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도 8월 담화에 ‘반성’이 포함될 것이라면서 ‘사죄’나 ‘침략’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중국은 아베 담화의 내용을 보고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아베 담화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부정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기회에 한·일 정상회담 역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양기호(일본학) 성공회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8월 담화에서 두루뭉술하게 아시아에 대한 유감 표명 정도만 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우리 정부에서 외교부 대변인 성명으로 유감을 표명하면 되는 문제”라며 “한·일 정상회담은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의 방일과 한·일 정상의 양국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으로 마련된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놓치면 한국 외교가 잃을 것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송화섭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전후 70주년 담화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한국에 특화된 내용을 충분히 담기 힘들 것”이라며 “전후 70주년 담화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계기를 통해 일본이 역사 문제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면 우리도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 다른 현안에서 보다 열린 태도를 취하는 일종의 ‘딜’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