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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울 세계간호사대회’ 이끄는 신경림 조직위원장

“135개국, 2만여 명의 세계 간호사들에게 한국의 우수한 간호인력을 자랑할 좋은 기회입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퇴치를 위해 선봉에 선 한국 간호사들의 희생정신이 세계 간호사들의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간호계의 최대 국제 행사인 ‘2015 서울 세계간호사대회’가 지난 17일부터 시작돼 23일까지 진행된다. 각국 간호협회 대표들이 참석하는 대표자회의는 17∼19일, 세계 간호사들이 간호교육·연구·실무 분야의 최신 동향과 정보를 교류하는 학술대회는 19∼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9년에 이어 대회를 두 번째 개최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장 재직 때 핀란드, 대만, 태국 등 경쟁국을 누르고 대회를 유치해 조직위원장을 맡은 신경림(사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구촌 간호사들이 모여 감염병 증가와 고령화 같은 세계 간호사들이 공동으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38개 개발도상국 간호사들이 한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접할 기회도 제공된다. 신 위원장은 “외국 간호사들은 간호대학과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교육기관 6곳을 방문해 우리의 선진 간호교육 시스템과 의료환경을 체험한다”고 설명했다.

18일에는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한국 간호사 유니폼 고증과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패션쇼에서는 1903년 간호사들이 입었던 한복 유니폼을 복원해 선보였다. 신 위원장은 “패션쇼를 통해 우리나라의 100여 년 간호 역사와 한복 문화를 동시에 자랑하는 자리를 만들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이날부터는 각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토론회와 3000여 편의 간호 관련 논문들이 발표되는 학술대회가 이어진다.

20일에는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글로벌 시민, 글로벌 간호’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신 위원장은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홍콩 보건성 장관으로 일하던 1997년 인체에 치명적인 조류인플루엔자(AI)가 세계 처음으로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해 역량을 인정받았다”며 “2003년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했을 때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냈고,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확산했을 때 역시 신속하게 대유행을 선포해 인명피해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국내 간호계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국내 간호계가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1989년 대회 개최로 ‘간호원’ 명칭이 ‘간호사’로 바뀌면서 간호계가 발전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간호사들이 직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평균 9.3명이지만 한국은 4.8명으로,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력난을 보여준다.

신 위원장은 또 대회를 계기로 간호계 숙원 사업이던 간호법이 제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미국이 주별로 간호법을 마련, 검증된 간호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간호법을 제정해 의료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5년을 공들여 준비한 대회를 앞두고 메르스 사태가 번지면서 고민이 깊었다. 그는 “간호사의 명예를 걸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방역을 약속드린다”며 “개막을 하루 앞두고 코엑스 구석구석에 초미립자 분사 살균 소독을 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메르스 감염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간호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선배들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앞장섰던 것처럼 간호사 후배들이 메르스 퇴치에 앞장선다면 국민이 우리를 평가해 줄 것”이라며 “환자를 24시간 지키는 게 간호사의 본분이라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격려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