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걱정 삼성서울병원 환자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보호자가 환자를 태우고 나갈 구급차 옆에서 환자를 기다리며 힘든 모습으로 앉아 있다. 김동훈 기자 dhk@

메르스 이후 발길 ‘뚝’
직원 업무 늘어 겹시름
사태 장기화땐 운영난

의료기관 상황 더 심각
봉사자 6분의1로 감소
자원봉사 업무 잠정중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가 국민들의 ‘선한 마음’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사회 곳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던 자원봉사자 수가 급감한 것이다.

17일 사회복지시설과 병원 등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후 시설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던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은 이달 들어 봉사활동 참여인원이 절반 정도 줄었다. 매달 400명 이상의 봉사자들이 복지관 업무와 시각장애인들의 점자책 제작을 도왔지만,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자원봉사에 나서는 인원수가 절반가량 급감했다.

이에 따라 복지관을 찾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과 매달 40권씩 제작하던 신간 점자책 공급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복지관 관계자는 “아무래도 앞을 보기 힘든 시각장애인들이다 보니 누구보다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데 메르스 사태 이후 봉사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시설 운영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여 명의 장애인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A 사회복지시설도 최근 들어 자원봉사자 수가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에는 1주일에 50∼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와 직원들과 함께 장애인들을 돌보고 환경정화활동 등을 해왔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도움의 손길이 크게 줄었다.

시설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이 손을 보태던 일들을 직원들이 모두 하려고 하니 힘에 부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가 길어질수록 직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절실한 다른 사회복지시설도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의료기관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병원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달부터 병원 업무를 돕던 자원봉사자들의 수가 평소의 6분의 1가량으로 크게 줄었다. 대형병원을 내원한 환자는 물론 의료진까지 확진환자가 나오자 자원봉사자 수는 줄어만 갔고 결국 참여율 저조로 자원봉사 업무가 잠정 중단됐다.

자원봉사자 B 씨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전국에서 속출하면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던 봉사자들도 하나둘 모습을 감췄다”면서 “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봉사자들의 ‘선한 마음’마저 얼어붙게 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각종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국민 불안감이 커지면서 봉사자 수가 급감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 만큼 하루빨리 메르스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