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나빠” 매수자 발길 돌려
“한두달 뒤에나” 매물도 회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로 인해 집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당분간 집은 못 보여주겠다”고 해 부동산 중개업자를 당황하게 하거나 “손 세정제를 이용해 깨끗이 손을 닦고 들어와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는 집주인들이 있어 일부 매수자가 “기분 나쁘다”며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혹여나 슬며시 살아나던 부동산 경기가 메르스 한파 직격탄을 맞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이모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집을 사려는 중년 부부와 함께 매물로 나온 집을 방문했는데 집주인이 대문 앞 도어폰으로 “들어오기 전에 손 세정제를 이용해 손을 여러 번 닦고 들어와 주세요”라고 말했다. 메르스 공포를 감안해 마스크까지 쓰고 집을 방문했는데, 손 세정제 사용까지 또 한번 요구받은 것이다.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이 씨는 크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집을 보러 온 부부는 “마스크 쓰고, 방금 손까지 씻고 왔는데…”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결국 이 부부는 집을 대충 훑어보고 5분이 채 안 돼 발길을 돌렸다. 이 씨는 “메르스 위험에 대한 사람들 사이 인식 차가 있어 부동산 중개에 어려움이 많다”며 “매수인과 매도인의 궁합이 딱 들어맞아야 거래가 성사되는데, 최근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집을 내놓고도 “당분간 집을 보여줄 수 없다”고 말하는 집주인이 있어 중개업소에서 애를 먹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김모(여·35) 씨는 “4세 된 아이의 메르스 감염 우려 때문에 당분간 집을 보여줄 수 없다”고 최근 중개업소에 통보했다. 김 씨는 “집을 파는 게 급하긴 한데, 아이 메르스 감염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은 보여줄 수 없는 실정”이라며 “아무래도 한두 달 안에 집을 팔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매수 및 매도 시점을 미루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최모(34) 씨는 “대출금리도 낮은 수준이어서 이달 중 집을 보러 다닐 생각이었는데, 메르스 국면이 잦아들면 천천히 내 집 마련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