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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前 입원했던 요양병원은
출입 통제하고 면회객도 제한
인근 주민들은 극도의 공포감

정부, 환자 동선 놓치고 뒷북

“들어오려 하지 마시고 나가세요.”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A요양병원 우측 임시 출입구 앞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거쳐 갔다’는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병원 내부로 들어가 현장 상황은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병원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문을 걸어 잠갔다. 임시 출입구 오른편의 지하주차장 출입구는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이에 앞서 방문했던 1층 정문엔 빨간 글씨로 ‘출입통제’라는 문구와 함께 ‘환자들의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방문객들의 면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건물 우측 임시 출입구도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문 밖에서 바라본 병원 1층 로비엔 환자나 면회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수납·접수 창구에도 근무자가 없었다. 대신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과 의료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메르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76번째 환자(여·75)가 거쳐 간 병원이다.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찰병원이 자리해 있고 지하철 3호선 경찰병원 역과 가까워 평소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 때문인지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병원 1층에 있는 편의점과 약국도 손님이 없는 한산한 모습이었고 병원 근처의 세차장과 음식점 등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 병원 맞은편의 경찰병원도 살펴봤지만, 맞은편 병원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발표 때문인지 산책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메르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76번째 환자가 지나갔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공포가 극에 달해있는 듯했다.

A 병원 건물 1층에 입주해있는 편의점 직원 B 씨도 “주로 병원에 오는 환자와 면회객들이 찾는데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발표 이후 손님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임시 출입구 앞에서 마스크를 한 채로 배달할 건강기능식품을 손수레에 담고 있던 C 씨도 “지난주 수요일부터 메르스 확산을 이유로 A 병원 측에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해 제품을 배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확실히 병원 주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마스크와 비닐장갑까지 낀 채로 인근을 지나던 자영업자 백모(48) 씨도 “이곳에도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거쳐 갔다고 해서 주민들은 그야말로 공포에 빠져있다”며 “가족들이 메르스가 진정되기 전까지 휴업을 하고 스스로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76번 환자는 지난 5월 27일부터 28일까지 14번 환자가 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요양병원에 머무르다 엉덩이뼈가 부러져 6월 5일부터 6일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76번 환자는 수술을 받기 위해 6일 건국대병원에 입원했지만 같은 날 오후 6시쯤 고열 증상을 보였으며 병원 측은 메르스를 의심해 중환자실의 음압병실에 격리시켰고 최종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