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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장 최모(49) 씨는 운동 마니아다. 주 3회는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정기적으로 골프와 등산도 즐긴다. 50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체력만큼은 30대라고 자부한다. 야외운동을 즐긴 탓에 늘 얼굴은 검게 타 있지만 검은 얼굴은 건강의 상징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운동을 하면 땀이 많이 나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봤자 큰 효과가 있겠나 싶어 자외선 차단에 무신경했다. 그 결과 어느새 얼굴에는 기미와 잡티가 가득해졌다. 나름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얼굴이 검고 기미로 얼룩지니 늙어 보인다는 주위 사람들 평가에 충격을 받았지만 치료는 쉽지 않았다.

초여름 불볕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계절에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은 얼굴을 검게 만들고 기미, 주근깨, 검버섯 등 원치 않는 흔적을 피부에 남긴다. 이뿐만 아니라 자외선은 주름과 노화를 촉진해 피부 나이를 늙게 만든다. 특히 기미는 일단 생기면 잘 없어지지 않는 데다 피부가 검고 지저분해 보인다. 더구나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도 잦으므로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오존층 파괴로 자외선 도달량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자외선 관련 질환이 늘고 있다. 중년남성들도 최 부장의 사례에서 보듯 얼굴에 깔린 기미 때문에 피부과에 내원하는 일이 많아졌다. 기미는 주로 양쪽 눈 주위나 광대뼈 주위, 볼, 이마, 턱, 입가에 잘 나타나는데, 한번 생기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 기저층에 위치한 멜라노사이트(색소형성세포)가 자극을 받아 피부 보호를 위해 멜라닌을 생성한다. 즉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멜라닌 색소가 형성돼 피부 표면을 덮게 되는데, 이 멜라닌 색소가 흔히 말하는 기미, 주근깨, 잡티 등을 만든다. 따라서 멜라닌 색소가 많은 사람일수록 자외선에 활발하게 반응해 더 많은 양의 기미나 잡티를 만들어 낸다. 대신 멜라닌 색소가 적은 흰 피부는 자외선 방어에 취약해 초기에는 화상을 입은 듯 얼굴이 붉게 익어버리는 경향이 많다.

주로 어릴 때부터 주근깨가 나타난 사람, 부모가 기미가 많았던 사람들은 피부 타입을 유전받을 확률이 높아 기미가 쉽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들은 강렬한 자외선에 매우 취약하므로 한여름을 지낸 후 남들보다 기미가 더 많거나 짙어진다. 따라서 평소 햇볕을 좀 쬐면 피부가 벌겋게 변하기보다 흔히 ‘피부가 탔다’는 말처럼 검게 잘 그을리는 타입은 특히 기미에 주의해야 한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남자라고 해서 기미나 잡티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여성보다 더 심할 수 있는데, 이는 자외선 차단에 대해 둔감하기 때문”이라며 “기미는 치료가 쉽지 않으므로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