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함께 우리 민족 고유의 민속씨름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남북 공동등재에 긍정적이었던 북한이 최근 단독으로 ‘북한씨름’을 등재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씨름협회가 주도하는 씨름 등재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동등재에 관해 한국과 보조를 맞추던 북한이 돌출행동을 저질렀다”며 “한창 공동등재를 논의하던 지난 3월 북한이 유네스코에 북한씨름을 단독으로 신청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내년 3월 공동등재 신청을 준비해왔던 추진위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북 씨름 공동등재 추진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남측에선 대한씨름협회,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과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등재추진위원회가 발족해 그동안 씨름 백서 등의 준비 작업을 해왔다. 신청과 실사 후 등재 완료까지 길게는 2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공동등재를 추진한 것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한편, 등재 순서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유네스코는 경쟁적인 등재 신청으로 인해 최근 공동등재를 장려해왔다. 그러나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공동등재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던 북한이 슬그머니 단독으로 신청하면서 남북 공동등재 추진은 수포로 돌아갔다.

등재추진위원회는 북한을 설득해 공동등재로 유도하거나 더 늦기 전에 한국의 민속씨름을 단독 신청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국, 일본, 몽골 등도 씨름 유사 종목의 등재를 추진하고 있어 선택의 폭은 무척 좁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