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당하면 대부분 글 내려
“경찰 수사력 낭비” 지적도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에 게시된 제품 이용후기(後記)가 소비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고소와 협박을 통해 부정적인 후기를 삭제하려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의견제시라는 인터넷의 순기능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소송 남발로 인한 수사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서울 서초구의 한 숙박업소 사장은 네티즌 10여 명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모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피고소인은 모두 이 숙박업소에 최근 투숙한 경험이 있는 일반인이었다. 각각 다른 시점에 이 숙박업소를 이용한 이들은 숙박업소 홈페이지를 보고 투숙을 결정했다가 허름한 시설, 불량한 위생상태, 불친절한 서비스 등에 실망해 이런 점을 지적하는 후기를 작성했다. 작성자 대부분은 후기 때문에 고소를 당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개인 블로그나 카페 등에 게시한 해당 글을 삭제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 주인이 “맛집이라고 소문나서 갔더니 맛도 없고, 파리만 날리더라”는 후기를 작성한 고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 서비스를 이용한 뒤 자신의 의견을 나타낸 후기는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라고 볼 수 없어 대부분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소를 당한 일반인들은 크게 놀라서 일단 해당 글을 삭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소를 하는 업주들의 목적은 달성되는 셈이다.

입소문이 영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성형외과는 이런 유의 고소를 제기하는 ‘단골’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 A 성형외과는 지난 4월 “윤곽수술 후 외출도 못 하고 폐인이 돼 사는 내가 화가 난다”는 후기를 작성한 뒤 병원 이름을 묻는 사람들에게 카페 쪽지를 통해 개별적으로 병원 이름을 알려준 B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실제 고소를 하지 않더라도 고소를 하겠다고 협박해 후기를 내리게 하는 수법도 있다. 한 결혼업체를 통해 최근 결혼식을 했으나 서비스가 엉망이어서 혼례를 망쳤다는 후기를 인터넷에 올린 C 씨는 이달 초 업체로부터 “글을 내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접수된 고소 건은 검토하는 게 원칙이어서 업무량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