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회의 쿼터제 복귀하나 주목
알제리 등 최빈국은 확대안 제시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4월 17일 미국 워싱턴주 포트앤젤레스에서 석유 시추선이 태평양을 항해한 뒤 돌아오고 있다. 로열 더치 셸 측은 이 시추선을 올여름부터 북극 추크치해 등지에 투입,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AP 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10년 뒤인 2025년쯤 배럴당 최고 76달러, 최저 40달러 선 아래인 30달러대에서 거래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원국 실무진 전략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향후 10년간 배럴당 100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난 2011년 12월 사실상 붕괴됐던 산유량 할당(쿼터)제의 강화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오는 6월 열리는 OPEC 회원국 각료회의에서는 쿼터제 강화 등 유가 전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보고서는 오는 2025년쯤 국제 유가가 최고 76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most optimistic scenario)’라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에는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공급량 감소로 국제 유가가 60달러 선을 회복하고 연말쯤 70달러 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보고서는 국제 유가가 2025년까지 100달러 선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발 셰일 혁명으로 인해 시장에 원유 공급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OPEC의 경쟁 상대인 미국의 석유업체들이 저유가에 적응하면서 공급량을 계속 늘려 갈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은 유가 급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파격적인 대응을 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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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가 ‘역사적인 유가 급락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제안한 것은 쿼터제의 강화이다. OPEC 회원국들은 지금도 2011년 하루 3000만 배럴로 정한 산유량 쿼터를 명목상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회원국들이 산유량 경쟁을 펼치면서 2011년 12월 이후 쿼터 시스템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의 경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상 최대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가 제안한 쿼터제 강화란, 곧 현재의 원유생산량을 2011년 12월 이전 수준으로 감산하자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OPEC 회원국 중 최빈국들의 산유량 쿼터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알제리, 베네수엘라가 해당국이 될 전망이라고 WSJ는 전했다. 보고서는 또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 일부 회원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강한 충격을 받는다”며 특정 목표를 중점으로 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OPEC 회원국 대다수는 재정유지를 위해 국제 유가가 100달러 선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알제리의 경우, 정부가 재정지출을 세수로 겨우 유지하려면 국제 유가가 130달러 선이 돼야 한다. 유가가 76달러를 기록할 경우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OPEC 회원국은 카타르와 쿠웨이트뿐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