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법 등도
정청래 등 野간사가 가로막아

국회선진화법의 영향으로 여야 합의 없이는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국회 상임위원회 야당 간사의 권한이 계속 세지고 있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사안이라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법안 처리에 부정적으로 나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마땅히 손 쓸 방도가 없다. 야당 지도부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야당 간사도 있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된 관광진흥법은 여야 원내지도부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대략적으로 합의한 법안인데 김태년 새정치연합 간사가 매번 다른 이유를 대며 법안 처리를 막고 있다”며 “상임위 간사 한 명이 여야 지도부나 국민의 뜻에 반해 법안 처리를 막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관광진흥법은 국회 교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상태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관광진흥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같이 야당 상임위 간사들이 법안 처리를 막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방자치단체의 무상보육 재정 지원을 위해 1조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은 정청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에게 가로막혀 있었다. 정 간사는 지방재정법을 지방의회에 정책자문 인력을 1명씩 두도록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연계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받아들여졌다. 19대 국회 전반기에는 유승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가 방송법과 연계해 모든 법안 처리를 막아 상임위가 장기간 파행되기도 했다.

일부 야당 간사의 행태에 대해 야당 원내 지도부도 사석에서 비판할 정도지만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기 전인 18대 국회에서도 박영선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의 경우 법안의 자구나 체계 문제를 심의하는 법사위 권한을 넘어서 법안의 내용을 문제 삼아 처리를 지연시켜 정부 부처에서조차도 ‘국회 최고 실세’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 여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을 견제하라고 준 권한을 일부 야당 간사들이 마구잡이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