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野合’ 곳곳에 부실·허점…‘여론 무시’ 밀어붙이는 與野

이미지 크게보기표정 심각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공적연금 강화는 국민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가입 기간 36년으로 연장
받는 돈은 거의 차이 없어
‘더 내고 덜 받는’취지 무색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허점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와 무리하게 연계시키면서 우려되는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내고 덜 받는’ 취지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명목소득대체율이 개혁안 시행 이후에도 크게 변화가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해 연금지급률을 1.9%에서 1.7%로 20년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지만 가입기간을 현재 33년에서 36년으로 연장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덜 받는 연금이 아니라 거의 그대로 받는 연금이 됐다는 것이다. 단순 계산에 따르면 연금 지급률이 1.9%에서 1.7%로 떨어지면 소득대체율(소득대비 연금액)이 현재의 62.7%(1.9%ｘ33)에서 56.1%(1.7%x33)로 낮아져야 한다. 그러나 가입기간이 늘어나는 바람에 명목소득대체율은 61.2%(1.7%ｘ36)로 1.5%포인트만 떨어졌다.

가입기간이 늘어나면 그 기간에 보험료를 더 내게 되고 대신 받는 돈은 적게 줄어든다. 이는 여야가 “더 내더라도 받는 돈을 줄이지 말자”는 공무원단체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예를 들어 현재 100만 원 월급을 받는 공무원의 경우 33년 뒤 연금을 월 62만7000원 받게 되는 것이 36년간 가입한 뒤에는 월 61만2000원을 받아가는 수준이 된다. 이런 계산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공무원연금 가입 기간을 33년으로 묶어두었다.

중·하위직 공무원은 연금이 오히려 오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 분석에 따르면 30년 동안 공직생활을 해 월 평균소득이 300만 원인 경우 현행에서는 171만 원을 연금으로 받지만, 바뀐 구조에서는 175만5000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급률 1.7% 중 1%는 개인의 근무기간 월 평균소득과 전체 공무원의 월 평균소득을 더한 뒤 2로 나눠 기준소득으로 삼게 되는데, 전체 공무원의 월 평균소득은 450만 원이다. 소득이 낮은 공무원일수록 전체 공무원 평균 소득과의 차이가 크므로, 연금액은 증가하게 되는 구조다. 소득재분배 구조를 도입해 상·하위 공무원 간 연금 격차를 줄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현재보다 연금액이 늘어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무원 연금을 내년부터 5년간 동결하면서 명예퇴직신청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당장 퇴직해서 5년간 연금액이 동결되는 손해를 보느니 정년까지 근무하면서 연금액을 늘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는 개혁 후 연금액이 대폭 깎일 것으로 예상해 지난 2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 숫자가 역대 최대인 1만2601명에 달했고 이들 가운데 올 2월 퇴직한 교원은 6897명으로 지난해 2월 명퇴자 2813명의 2.5배에 달했다.

◇국회 규칙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국회에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 규칙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규칙에는 기구의 구성 목적, 구성 방법, 운영기간, 권한 등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이 들어간다.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규칙안을 만들면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확정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만들었던 대타협기구 역시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근거로 운영됐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화기애애 문재인(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우윤근 원내대표와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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