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포퓰리즘 타협만

여야가 문제 투성이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공론화 과정 없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에까지 합의한 것을 계기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야당의 국회선진화법 악용을 포함한 ‘제왕적 국회’의 출현과 ‘포퓰리즘 카르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화법과 여야의 포퓰리즘이 결합하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하는 과감한 개혁이 불가능해지고 장기 정책 표류와 ‘누더기 법률’ 양산 등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연금 개혁 논란을 통해 ‘제왕적 국회’ ‘제왕적 야당’ 시대가 열렸다는 게 분명하게 확인됐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기득권 구조를 깨뜨리는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은 엄두도 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내 다른 관계자도 “야당이 선진화법을 무기로 삼아 버티면 여당도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청와대와 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영삼정부의 금융실명제, 김대중 정부의 대기업·금융 구조조정 등 과거 정부가 보여줬던 의미 있는 개혁들을 앞으로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선진화법 체제에서 정부·여당의 책임정치가 불가능해지고 포퓰리즘만 난무하게 됐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선진화법 체제에서는 적시의 개혁보다는 타협과 포퓰리즘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사실이 진작부터 지적돼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국회와 만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식의 적극적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남석·윤정아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