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견’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 당정회의에서 윤병세(왼쪽 사진 왼쪽) 외교부 장관과 유승민(오른쪽 사진 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각각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유승민“향후 미·일·중관계
우리운명 좌우하게 되는데
黨서도 정부 잘하는지 걱정”

“韓 소외우려는 과도한 해석”
윤병세 ‘안일 인식’ 드러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 정부의 외교·안보 당정회의는 격동의 동북아 질서 재편 움직임과 미국 동북아전략에서의 한국 종속변수화 등 첨예한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또 외교·안보 당국과 국민 사이의 인식차가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자리이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이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는 등 신(新) 밀월을 가속화하고 견원지간이었던 중국과 일본 간에 관계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소위 ‘축복론’을 되새김질이라도 하듯 한국의 소외 우려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는 항변을 이어갔다.

반면 새누리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통해 우리 외교의 전략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하면서 여당이 정부와 함께 새로운 외교 전략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현안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여 온 여당이 외교·안보 전략에서도 적극적으로 정부를 견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윤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그야말로 작심하고 나온 듯했다. 통상적으로 정책위 의장이 주재하는 당정회의 자리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참석해 무게감을 더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줬다. 유 원내대표는 “미국·일본·중국 관계가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 정부가 잘하고 있느냐 하는 데 대해 여당 안에서도 걱정이 많다”며 “아베 일본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보면서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도 말에 걸맞은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걱정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회의를 마친 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 측은 외교와 안보는 바로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임을 분명히 하면서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을 통해 드러난 우리 외교의 전략적 부재를 질타했다”고 밝혔다. 여당이 공개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에 대해 ‘질타’ ‘우려’ 등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외교·안보 당국의 주장에 대해 여당이 공개적으로 ‘노(No)’라는 사인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외교적 고립 우려에 대해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 “고난도 고차방정식을 1차원이나 2차원적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태도”라고 무시했던 외교·안보 당국의 인식은 여전해 향후 당·정 간 불협화음이 표출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윤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도 “미국 의회조사국은 한·미 동맹에 대해 역대 최상이라고 평가한다”면서 “미·일 관계 진전으로 한국이 소외·주변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우리 외교 전략이 부재하다는 시각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오남석·이화종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