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 직접 해줄 것 기대”

새누리당이 27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조속한 정국 수습책 마련을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에 이어 27일에도 박 대통령이 4·29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이전에 ‘성완종 리스트’와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포함, 어떠한 형태로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재·보선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 대통령의 정국수습안을 통한 후광효과를 기대했던 새누리당은 속이 타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건강 상태도 좋지 않고 막 귀국한 상황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성완종 리스트에 친박(친박근혜)계 측근이 포함돼 있고,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진 점은 박 대통령이 충분히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전날 김무성 대표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 진행과정 중에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을 직접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민은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정직한 목소리를 듣길 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누리당의 투톱인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사실상 박 대통령의 공개 사과 등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새누리당과 청와대 간 모종의 물밑 조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율된 게 아니고, 일반론적인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듣기에 껄끄러운 압박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친이(친이명박)계 재선 의원은 “지금까지 도출된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재·보선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