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이완구 국무총리가 15일 버티기에 안간힘을 쓰는 것은 일단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 기간(16~27일)을 활용해 자신을 겨냥한 수사 국면에 적극 대응하고 정치권의 퇴진 요구에 대한 일대 ‘반전’을 시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하루만 잘 넘기면 약 2주일간 대처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총리 퇴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순방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빈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2013년 재선거 때 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증언이 추가로 공개되고, 검찰 수사가 가시화되고 거취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식물 총리’라는 비아냥을 감수하고서라도 총리직을 유지하면서 버텨야 한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총리가 수사를 최우선적으로 받겠다고 말했지만 총리직에서 물러나 수사를 받으면 수사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총리직 재복귀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총리직 재복귀가 아니라 재기불능의 상태로까지 갈 수 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 검찰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총리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총리직을 유지하는 방법 외에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으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2인자’로서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단기간의 명분도 생겼다. 16일부터 27일까지 장기간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예정된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인 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국정의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의 위상과 권위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총리는 박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검찰 수사나 언론 폭로 등을 통해 또 다른 구체적인 돈 전달 사실이 제기될 경우 총리로서의 권위와 위상은 회복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버티기에 성공해도 이미 식물총리로 전락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은 어렵다. 이 총리는 특히 박 대통령이 순방 이후 귀국과 더불어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