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항공안전을 위해 48억 원을 들여 도입한 기상장비 ‘청천대기 윈드시어(Wind Shear·순간 돌풍) 탐지장비(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이하 라이다)’가 2년째 김포·제주 공항에서 운영이 중단된 채 잠자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상청이 라이다를 도입할 당시부터 라이다는 성능미달 논란에 휩싸여왔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로부터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성능이나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기상청과 산하기관 직원들은 좌천되거나 해임, 투서, 감사, 검찰수사 등 온갖 종류의 고초를 겪었다는 증언도 줄을 잇는다. 기상청 관계자는 13일 “기상청 내부에서는 케이웨더의 후환이 두려워 장비 도입 업무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생겼다”며 “을이라고 주장하는 케이웨더가 사실상 기상청을 포로로 잡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케이웨더와 유착된 조석준 전 기상청장의 납품비리로 성능미달 라이다를 도입하게 된 만큼 지금이라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도 벌써 3년째 기상청의 라이다 납품 비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조 전 기상청장과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등 관련자 모두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기상청은 케이웨더와의 납품대금 지급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상태다. 이와 관련, 케이웨더 관계자는 “민간업체인 우리는 갑인 기상청에 을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