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일 기상청 전북 군산기상대에 설치돼 있는 윈드프로파일러(위)와 서울기상관측소(아래 왼쪽)와 인천기상대에 각각 설치된 초음파 적설계.

순간 돌풍 탐지장비인 ‘라이다’
진흥원이 항공기상청 구매 대행
요구 사양의 20분의 1수준 불과
케이웨더에 보완요청서 보낸 뒤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로 檢 고발

기상청이 청천대기 윈드시어(Wind Shear·순간 돌풍) 탐지장비(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이하 라이다)를 부실한 제품으로 납품받는 동안 성능에 문제를 제기했던 다수 직원들이 인사조치되고, 납품회사 측으로부터 고발당했었다는 진술이 나와 주목된다.

납품을 받는 쪽에서 성능을 문제 삼으면, 납품회사가 ‘문제를 지적한 직원들이 경쟁업체와 유착돼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져 인사조치됐다는 것이다.

라이다 수요처인 기상청 산하 항공기상청의 K 사무관은 “계약 전까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구매 업무를 대행하기 때문에 항공기상청은 제안서를 본 적이 없었는데, 계약 이후에 보니 제안서가 규격에 터무니없이 부족했다”며 “실무자로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라이다를 납품하기로 한 케이웨더 측에서 이를 보완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서를 진흥원에 보냈다”고 말했다.

항공기상 장비 전문가인 항공기상청의 L 주무관은 K 사무관의 지시를 받고 진흥원에 보낼 문서를 직접 작성했다. 그는 “서류상으로 우리가 요구했던 수준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사양이고, 출력·분석·수신부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떨어져 도저히 쓸 수 없는 장비였다”고 말했다.

K 사무관과 L 주무관은 요청서 발송 직후 케이웨더의 경쟁사와 유착됐다는 의혹을 받고 조석준 전 기상청장 재임 시절 기상청의 감사를 받았다. 감사 2개월 후에는 두 명 모두 지방 기상대로 인사조치됐다. 케이웨더는 K 사무관이 경쟁사와 유착돼 있다며 검찰에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도 했다.

진흥원에서 최초의 규격서 작성을 담당한 P 팀장은 1차 입찰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간사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외부 심사위원들에게 케이웨더 측이 납품한 라이다 장비인 윈드큐브200S의 납품실적이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케이웨더가 P 팀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문제를 삼자 P 팀장은 라이다 업무에서 배제됐다. 3주 뒤에는 아예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이 났다. 그는 입찰과정의 부당함을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했다. 하지만 오히려 2012년 1월 20일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이유로 진흥원에서 해임됐다. 이후 케이웨더·진흥원은 P 팀장을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진흥원 J 주무관은 1차 입찰제안서 평가에서 떨어진 케이웨더가 재평가를 주장하자 재평가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겠다고 버텼다. 하지만 상사로부터 “그렇다면 사표를 내라”는 압력을 받고 재평가 업무에 참여했다. J 주무관은 “타부서로 발령난 P 팀장과 같은 부서에서 일할 때 공유한 자료를 달라고 해서 보내줬다는 이유로 1개월 감봉에 부서이동됐다”며 “일이 벌어지고 나서 P 팀장이 모두 자기 잘못이라며 나를 가볍게 처벌해 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진급도 어렵고 부서이동도 힘들다”고 말했다.

항공기상청 Y 과장은 외부감리 업체와 진흥원 검사·검수 결과 윈드큐브200S가 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인수를 보류했던 인물이다. Y 과장은 “처음부터 장비 도입을 반대하지 않았으나 규격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충족이 안 됐다”며 “장비가 장애가 나서 멈추는 경우가 아주 많았는데 케이웨더는 ‘왜 우리가 보완해야 되느냐’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케이웨더는 당시 항공기상청장에게 Y 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불만을 나타냈고, Y 과장은 직후 타 부서로 전출됐다. 케이웨더는 이후 Y 과장이 검사·검수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케이웨더는 이외에도 총 8명에 달하는 진흥원, 항공기상청 직원을 형사 고발했다. 결국 모든 직원들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인사상 불이익과 조직 내 이미지 실추, 정신적 피해 등 타격을 입은 뒤였다. 진흥원 간부 D 씨는 “당시 라이다 입찰 과정에 협조하면서 입찰평가서, 검사·검수서에 서명한 직원들은 아무런 불이익 없이 근무하고 있다”며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 모르니 과거의 문제를 들추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직 내부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강승현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