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지나치게 중국 패권적인 AIIB의 지배구조와 조직의 불투명성 등에 대한 개선 노력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부 유치나 지분 확대 등 국익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협상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인교(경제학) 인하대 교수는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AIIB 가입과 관련해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는 지배구조”라며 “출자한 자본금이 결국 투표권, 의사결정권으로 연결되는데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중국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형태로 돼가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중국이 ‘자본금 확충 문제는 걱정하지 말고 다 세팅돼 있으니 이름표만 들고 오라’고 하는 건데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유럽 주요 국가들이 참여키로 한 만큼 지금 시점에서 우리 정부도 가입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현재 구도보다는 우리 지분을 강화할 수 있는 형태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일방적으로 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참여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우리 지분을 최대한 높이고 특히 국제금융기구의 성격에 걸맞게 본부를 한국에 유치하는 식으로 반대급부를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에서 중국 중심의 새로운 대체물이 등장하는 것”이라며 “중국 일변도의 지배구조를 벗어나야 AIIB가 지속 가능하고 중국 패권주의라는 지적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부원장은 “주요 2개국(G2)의 하나인 중국과 완전히 등지고 갈 수 없기 때문에 한·미 우호 관계에 중심축을 두면서 거대한 중국시장에 한 발을 내딛는 계기로 삼되, 실리를 챙길 수 있도록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