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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과 세계 경제 침체 등 대내외 악재에 국내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 수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업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임금 인상 압박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노동계 요구 수용 압력까지 거세지면서 기업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2011년∼2014년 3분기까지 실적자료가 있는 비금융업종 1103개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추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누적) 현재 매출액은 전년대비 1.5%, 영업이익은 17.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71.7%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영업이익 감소가 심각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2년 8.6%에서 2013년 9.3%로 증가했으나, 지난해 3분기(누적)에는 23.4% 감소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제조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감소한 것은 10대 기업 중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8개 기업(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LG전자·현대중공업·기아자동차·한화·현대모비스)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들 8개 제조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0.3%나 감소했다. 10대 기업 전체로도 2012년 16.8%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분기에는 -23.4%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영 사정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기업들의 수도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 373곳 가운데 지난해 등급이 변동된 업체는 전체의 15.0%인 56곳으로 집계됐다.

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41곳(부도 1곳 포함)이나 됐지만, 등급이 상승한 기업은 하락 업체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곳이었다. 신용등급 하락과 상승 건수는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1999년 이래 15년 만에 각각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했다. 등급 하락 기업들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20개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 15개, 금융업 6개 등의 순이었다.

투자등급 기업 중에서 지난해 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34개로 전년(24개)에 비해 10개 증가했다. 반면 등급이 오른 기업은 15개로 전년(25개)보다 10개 감소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경영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당·정·청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밀어붙일 태세여서 경영상 악재가 하나 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