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이 ‘영·충·호 시대’를 맞아 향후 선거에서 어떤 표심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인구와 경제 규모가 호남권을 추월하며 급성장한데다 중도의 반기문, 보수의 이완구, 진보의 안희정 등 충청권 출신 인물들도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등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충청 지역 정가와 정치학계에 따르면 과거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여러 차례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던 충청 표심이 앞으로는 종전과 다른 양상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예상은 표심의 결집이다. 지난 2월 이완구 총리후보 인사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나선 강희철 전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의 발언 이후, 이 후보에 대한 충청 여론 지지도가 하룻밤새 30%대에서 60%대로 ‘폭발’한 것이 단적인 예로 꼽힌다. ‘언론 발언’으로 이 후보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된 시점에서 충청권 여론이 이례적으로 강한 응집력을 보인 것이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다음 대선에서 영호남이 아닌 충청권 출신 대선후보를 내고 싶은 욕구가 드러난 신호”라며 “과거와 다르게 강한 정치적 욕구 표출과 존재감으로 충청도가 요즘은 ‘엄청도’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정서가 강한 충남에서 진보인사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여유있게 재선에 성공한 것도 그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난 2012년 지역정당이던 선진당이 여당과 합당한 후 충청권의 보수세가 맹위를 떨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대권 잠룡으로 꼽히던 안 지사는 재선고지에 안착했다”며 “안 지사가 기회 있을 때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가문의 ‘적통’임을 강조하며 대권포부를 드러낸 것이 충청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김욱(배재대 교수) 한국지방정치학회장은 “충청권은 유권자 수도 적고 응집력도 약해 역대 선거에서 보조적·수동적 역할에 그쳤으나, 대선에서 충청권 후보가 나올 경우 이전과 다른 정치적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