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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루마니아가 모국인데, 외국인으로 북한 인권운동에 나선 계기가 궁금합니다.

“루마니아는 2차세계대전 직후 구소련의 군홧발에 짓밟혀 1947년 공산주의 정권이 탄생했습니다. 다른 동구 공산권보다 인권탄압이 심했던 나라였습니다. 1965년 당서기장에 오르면서 절대권력을 장악한 차우셰스쿠는 1971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습니다. 그는 수령 숭배와 주체사상, 자급자족 경제구조, 평양의 웅장한 도로를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북한식 체제를 루마니아에 이식하려고 애썼습니다. 주체사상을 도입하고 북한처럼 연필에서 비행기까지 모든 물품의 국내생산을 고수했습니다. 외국에서 돈을 빌렸고, 외채는 급증했습니다. 차우셰스쿠가 동구 공산권 국가의 독재자들과 달랐던 점이 있었다면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의 봄’ 당시 소련의 침공을 반대했다는 사실입니다.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들은 낙하산과 장갑차 부대를 프라하로 보냈지만 차우셰스쿠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서구국가들은 차우셰스쿠를 조금 다른 지도자로 보기 시작했고, 외국의 투자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식 루마니아 체제로 인해 사람들은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배급을 기다려야 했고, 정전도 잦았습니다. 인권탄압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크게 보면 북한과 많은 상황이 유사한 루마니아가 고향이라는 사실이 북한인권운동에 나선 계기라고나 할까요.”

―지금 루마니아는 민주화 국가인데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나의 조국은 2004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고, 2007년에는 유럽연합에도 합류했습니다. 지금은 완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지만 그 과정은 두 세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1955년 헝가리에서 부다페스트 반공산주의 혁명이 있었고, 1989년 베를린장벽도 무너졌습니다. 루마니아는 공산주의 정권을 유혈혁명으로 무너뜨린 유일한 나라입니다. 루마니아는 다른 동구 공산권 국가들보다 훨씬 고립됐고, 차우셰스쿠는 최후까지 개혁·개방을 거부했습니다. 유혈혁명으로 정권이 붕괴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