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자들 결혼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하는 정책 우선
신혼부부 지원 대상 확대”

저출산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낳기만 하면 국가가 길러 주겠다는 현재의 저출산 정책을 과감하게 버리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돈만 쏟아붓는 현재의 저출산 정책을 과감히 벗어나 초혼 연령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등에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슬기(사회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4일 “한 대기업의 신입사원 평균 나이가 30세를 넘길 정도로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있는데, 이래서는 초혼 연령을 떨어뜨리기 어렵다”며 “신혼부부에 대한 대책이 빈곤층과 차상위계층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간층도 지원 혜택을 받아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초혼 연령을 낮추기 위해서는 ‘대입-취업-결혼자금’으로 이어지는 기간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신혼부부의 주택 마련 비용을 경감시켜야 하는데, 현재 신혼부부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셋집을 구할 때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출을 해주지만, 부부 합산 연 소득이 5500만 원 이하일 때만 이용할 수 있다”며 “사실상 중견기업을 다니는 맞벌이 부부는 이용이 어려워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업을 진행하면서도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국립대학 기숙사의 5%를 기혼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라며 “교육부가 2017년까지 4010억 원을 들여 1만3000여 명을 수용할 국립대 기숙사를 확충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구학회 회장인 김한곤(사회학) 영남대 교수는 “기혼자의 출산율 변화는 미미하다”며 “청년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등 젊은 층에 대한 결혼과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태(보건학) 서울대 교수는 “젊은 세대의 취업 문제 해결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결국 취업 문제는 높은 대학 진학률에 따른 일자리 한정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근본을 건드리는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선종·이근평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