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OECD 사무총장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 중인 최경환(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힐튼호텔에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예산집행률 동반추락… 경제회복에 부정영향

‘갈 길 먼 복지 재원 마련.’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2014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 결과’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예산 대비 국세 수입이 결손을 기록한 해가 많지 않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8조6000억 원의 대규모 국세수입 결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에 약간의 국세 결손이 나기는 했지만, 그 뒤에는 지속적으로 국세수입이 예산 편성 당시 전망치를 웃돌았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1조7000억 원)과 2009년(5000억 원)에도 국세수입은 예산 편성 당시 전망치를 넘어섰다.

그러나 최근 3년 연속 국세수입이 대규모 결손을 기록하면서 “좋은 시절은 갔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대규모 국세 결손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저(低)성장 기조 정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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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경기가 일시적으로 나쁜 게 아니라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장기 저성장 시기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악화로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치면 법인세수가 ‘직격탄’을 맞고, 특히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 부가가치세수가 줄게 된다. 지난해 소득세의 경우 예산 편성 당시에 비해서는 1조1000억 원 줄었지만, 2013년에 비해서는 5조5000억 원 늘었다. 소득세는 그나마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법인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2013년 기준으로 국세청 소관 세수 중에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77.9%에 달한다. 따라서 이들 3가지 세금의 수입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국세수입 ‘펑크’가 불가피하다. 지난해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수입 부진 등에 따라 관세 수입마저 예산대비 1조9000억 원 결손을 기록했다.

국세 수입은 경제 활성화의 발목도 잡았다. 세입이 줄면서 예산 중에서 쓰지 못한 돈(불용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3년 18조1000억 원에 달했던 불용액은 지난해 17조5000억 원으로 소폭 줄기는 했다. 그러나 예산 중에서 17조 원을 넘는 돈이 쓰이지 않았는데 경제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2013년에는 대규모 불용액이 발생하면서 평년에 96∼97%이던 예산 집행률이 91.9%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예산 집행률도 92%로 2013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올해 한국 경제에 하방 위험이 있지만 유가 하락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기 때문에 4대 부문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면 세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