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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독과점 문제를 비판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개훔방·사진)의 제작사가 “영화를 재개봉하겠다”고 선언하며 ‘상영관 밀어주기’ 관행 타파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됐던 ‘개훔방’은 오는 12일 44개 스크린에서 다시금 상영을 시작한다. 제작사 삼거리픽쳐스의 엄용훈 대표는 1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제는 더 이상 광고비를 지출할 여력도 없이 재개봉을 선언하게 됐지만 오직 관객의 평가와 응원의 힘으로 다시 달려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예술영화관 중심으로 상영되던 ‘개훔방’은 12일부터 멀티플렉스 CJ CGV에서만 일반 상영관 3곳을 포함해 총 18개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난다. 영화관 업계 1위인 CGV가 사실상 상영을 마친 영화를 다시 극장에 거는 건 이례적이다. ‘개훔방’의 제작사가 끊임없이 제기하던 대기업 투자배급사와 영화관 수직계열화 문제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가수 타블로와 배우 김수미 등 유명인을 비롯해 관객과 평단이 ‘개훔방’에 지지를 보낸 것 또한 큰 힘으로 작용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개훔방’은 지난해 12월 31일 205개의 스크린에서 개봉돼 현재까지 25만여 관객을 모았다. 44개의 스크린에서 다시 상영을 시작해도 큰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충무로의 고질병이었던 상영관 밀어주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제는 ‘개훔방’이라는 콘텐츠 자체의 싸움이 남았다. 대중과 업계의 주의를 환기시켜 상영관 확대라는 성과를 일군 만큼 ‘개훔방’이 스스로 관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일례로 의외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지난해 11월 27일 개봉 당일 186개 관에서 상영을 시작했지만 첫날 관객 8706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관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상영관 수가 700개 넘게 확대됐다. CGV의 아트영화 전용관이 공동 배급을 맡아 다른 독립영화에 비해 안정적인 배급망을 갖춘 것이 흥행 요인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영화의 만듦새가 부족했다면 거둘 수 없는 수확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록 44개 관에서 재개봉되지만 찾는 관객이 많아 좌석점유율이 높다면 ‘개훔방’ 역시 상영관 추가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받고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흥행에서는 고배를 마시는 영화가 부지기수다. 긍정적 평가가 반드시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라며 “‘개훔방’은 제작사, 관객들의 노력에 힘입어 확대 개봉이라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개훔방’이 스스로 콘텐츠의 힘을 보여줄 때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