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내 연구실에서 제자들이 헌정한 문집 ‘꽃보다 제자’를 펴 놓고 활짝 웃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이준구 교수의 이력은 외길 인생이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경제학도의 필독서로 일컬어지는 ‘경제학원론’ ‘미시경제학’ 등 4권의 교과서를 집필해 명망을 떨쳤음에도 특별히 경력 사항이라고 부를 만한 외부 활동이 없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교수로서 올바른 사회참여라는 지론 때문이다. 이 교수는 퇴임 후 5년 동안 명예교수로서 서울대에서 ‘경제학원론’ 강의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가 오랜 기간 교단을 지켜올 수 있었던 데는 제자들과의 소통이 원동력이 됐다. 저명한 학자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법하지만 언제나 열려 있는 이 교수의 연구실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의 제자인 한순구(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이준구 선생님은 찾아오는 학생들을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고 개인적인 상담까지 다 받아줬다”며 “나중에 내가 교수 입장에서 보니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런 인기 덕분에 이 교수를 위한 개인 팬클럽이 결성되기도 했다. 2010년 3월 제자 5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15명으로 규모를 불렸다. 또 다른 제자들은 지난 1월 문집 ‘꽃보다 제자’를 펴내 그의 퇴임을 기념했다. 책에는 옥동석(58)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부터 20대 학생까지 28명의 제자가 이 교수의 인간적인 면을 회고하고 있다.

소통의 방식이 바뀌면서 이 교수 역시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그가 직접 운영하는 이 홈페이지에는 제자는 물론 네티즌들의 글 1만여 개가 올라와 있고 틈틈이 댓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한때 디시인사이드를 즐겨 하기도 했다는 이 교수는 요즘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로 활동반경을 넓혔다. 그는 “제자들이 내 앞에서 말 못하는 속사정을 이곳에 다 털어놓는다”며 “교수뿐 아니라 학교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이곳을 통해 요즘 학생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49년 충남 서천 출생 △서울대 경제학 학사 △프린스턴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뉴욕주립대 올바니캠퍼스 경제학과 조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하와이대 마노아캠퍼스 경제학과 초빙 부교수 △주요 저서 ‘36.5℃ 인간의 경제학’ ‘경제학 들어가기’ ‘재정학’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새 열린경제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