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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는 2013년에 자신의 블로그에 ‘김근태 선배의 추억’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2011년 말 작고한 김근태 전 장관을 회고한 바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68학번인 이 교수는 3년 선배인 ‘민주투사’ 김근태와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김 전 장관에 대한 기억을 조금만 들려주시죠.

“제가 대학 3학년 때 얼굴 하얀 사람이 복학생이라고 나온 걸 봤어요. 그게 근태 형이었죠. 말은 무지하게 점잖더라고요. 같이 농구도 하고 어울렸는데 하루는 너무 더워서 ‘콜라 좀 사달라’고 하니까 ‘나 지금 돈이 하나도 없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진짜 돈이 없었을 거예요. 너무 미안했죠. 또 한번은 근태 형이 책을 권해준 적이 있었어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었죠. 세상에서 말하듯이 김근태가 진짜 빨갱이였으면 마르크스를 권해줬겠죠. 그런데 제가 그때 자유론을 안 읽었어요. 재미없어서 포기했거든요. 지금 와서 자유론을 훑어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 나오더라고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정당성의 근거는, 그 행동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에 한한다. 그 외에 어떤 이유로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았어요. 박정희 시대를 경험한 저로서는 그게 너무 가슴에 와 닿았던 거죠. 저는 장가가기 며칠 전까지 머리 깎일까봐 경찰을 피해 다녔어요. 어떻게 ‘박통’은 제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었는지… 그건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

35년간 몸담았던 대학 강단을 떠나는 이 교수에게 끝으로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물어봤다.

“스펙 쌓기, 이런 거 하지 말라고는 못하겠어요. 다만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인생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에요. 사회에 들어가는 마음이 불안하긴 하겠지만 그게 삶 그 자체니까 너무 쫄지 말고 도전하는 정신으로 불확실성을 헤쳐가는 용기를 가지라는 그런 충고를 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