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인질교환 의지 없어
전세 기울자 공포극대화 노려

3일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공개한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 살해 동영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IS는 처음부터 인질로 협상할 생각이 없었으며, 조직의 잔혹성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동영상을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IS가 인질을 화형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의 인질 살해 방법은 참수나 사살이 대부분이었다. 미국 국무부 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필립스는 “IS가 잔혹성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고 말했다. IS의 의도는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격과 공포’ 효과를 통해 세를 과시하는 것이다. 요르단 국영방송에 따르면 해당 동영상은 지난 1월 3일 제작됐다. 이 시점은 IS가 일본인 인질 2명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인질극을 시작하기 17일 전이다. 1월 3일 알카사스베 중위가 살해됐다면, IS는 협상 카드 없이 요르단과 일본 정부를 1월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13일간 ‘희망고문’한 셈이 된다. 또 다른 인질 살해 동영상과 달리 길이가 22분이나 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장면들이 교차 편집돼 있어 꽤 오랜 시간 공들여 해당 영상물을 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연합군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 이와 같은 인질극을 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는 “IS가 주도한 교묘한 술책으로 인해 요르단 정부 및 아랍-서방 연맹의 부족한 부분이 들통 났다”며 “전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지 못한 연합군의 문제가 드러난 셈”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BBC는 공습해 온 공군 조종사를 사막의 철창 안에서 살해한 것을 두고 “지상 작전에서는 여전히 IS가 연합군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동영상의 내용상으로 볼 때 IS는 자신들의 테러 행위를 연합군의 공격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연합군 공습의 참혹성을 보여줘 다른 무슬림들의 IS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의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S는 살해 동영상 앞부분에 국제연합군의 공습으로 시리아 어린이가 죽는 모습이나 삶의 터전이 무너진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장면을 넣기도 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