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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한경연 초빙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자고 호소하고, 지난해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더니, 올해에도 3개년 계획 실천을 통한 경제 회생을 신년사 대부분으로 할애할 정도로 특별히 강조했다. 그러나 집권 2년 차를 마무리하는 현재 한국경제의 회복 정도는 미흡하다.

단기적으로는 회복 동력이 약하고,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일본형 장기불황 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은 3.0%로 회복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적으로는 한국 정치의 고질인 포퓰리즘이 난무할 총선·대선이 기다리고 있어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은 올해뿐이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4% 성장, 70% 고용률, 4만 달러 소득의 ‘474 비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비전 달성 전략으로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 부문 구조 개혁, 창조경제 활성화, 내수·수출 균형경제 달성을 강조하고, 내수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와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주장했다. 비전과 전략은 좋은데 왜 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있는가.

우선, 목표와 수단 간에 일관성 없는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통화정책은 경직적이고, 수출기업에 직격탄을 안겨주고 있는 원·엔 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도 유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장기 정체론이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나라는 미국·영국·인도다. 공통점은 파격적인 통화정책과 통화가치 절하다.

내수 회복에 투자 활성화가 중요한데 순환출자·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투자를 옥죄고 있고, 통상임금·정년연장 등 노동 현안은 타결 전망도 불투명한 가운데 생산 비용만 증가시키고 있다. 무상급식 재원 마련을 위해 투자고용 창출 세액공제는 폐지되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는 축소됐다. 화평법·화관법 등 새로운 규제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투자가 회복돼야 일자리도 생겨 가계소득이 늘고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의 기본원리인데, 기업소득 환류 세제 등 거꾸로 된 정책들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내수를 진작한다면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들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해 음식·도소매업 등만 과잉 팽창 중이다. 기업들은 자꾸만 해외로 나가고 국내투자는 빈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목표는 투자 활성화인데 많은 정책 수단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으니 투자가 살아날 리 없다. 투자를 옥죄는 규제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반기업 정서가 크게 작용하고 있고 그 결과 청년들의 일자리는 날아간다.

창조경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을 제외하고는 성과가 크지 않다. 창조경제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데 벤처캐피털이나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는 등 여건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슈퍼달러-초엔저로 대변되는 환율전쟁과 배럴당 40달러대까지 추락한 원유전쟁이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가계부채와 부실기업 증가는 금융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시민단체·노동조합은 물론 기득권층들도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고 대타협하는 것만이 위기의 계곡을 함께 넘어갈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