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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7년 차, 이정훈(47)·김태연(43) 씨 부부는 올해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더 늦기 전에 커플룩을 즐기는 것.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이 씨와 라이프 코치로 활동중인 김 씨는 이날 휴가까지 낸 후 커플룩에 도전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이 부부가 옷을 ‘맞춰’ 입는 건 결혼식과 신혼여행 이후 처음. 두 사람은 동창회, 회사 행사, 가족 모임 등 상황별 옷차림을 함께 고민하고, 서로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줬다. 넥타이를 바로잡아 주며 김 씨가 눈을 맞추자 이 씨는 “어딘지 어색한 게, 부부가 맞다”며 웃는다. 이 중년 커플은 20∼30대처럼 “우리 정말 뜨거워요” 식의 과한 스타일은 원치 않았다. 오랜 세월 쌓인 신뢰와 여유를 드러내고 싶다고 했다. 물론 “우리 아직 식지 않았어” 정도는 과시하며.

◇ 동창 모임·친목회에선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 자식 자랑, 연봉 자랑, 새로 산 차 자랑…. 동창 모임에선 좀 ‘있어 보이고’ 싶다. 최고의 자랑은 무엇일까. 금실(琴瑟) 아닐까. 겉모습은 예전 같지 않지만, 부부애만큼은 변함없다. 백 마디 말보다 효과적인 ‘일심동체’ 옷차림. 나이를 고려해 약간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이정훈·김태연 씨 부부는 동창회 등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을 위해 빨강을 포인트로 삼은 커플룩을 선택했다. 두 사람이 완전히 똑같은 빨강을 고른 건 아니다. 이 씨는 와인색 바지와 베스트를, 김 씨는 보다 빨간 색에 가까운 치마를 입어 전체적인 색감을 조절했다. 비슷하게 맞춰 입은 인상을 주면서도, 유치한 느낌은 없앤 것. 여기에 김 씨는 퍼(털) 소재 아우터(겉옷)를 입어 특별한 날을 위한 글램룩(화려한 옷차림)을 완성했다. 출근 때는 입지 않던 와인 컬러를 위아래로 모두 매치한 이 씨는 재킷은 비교적 덜 튀는 감색으로 택했다. 부클(곱슬곱슬한 양모) 소재의 재킷은 독특한 재질감으로 세련미를 더한다. 김 씨는 “가끔 부부 동반으로 동창회에 가지만 옷을 맞춰 입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코듀로이 팬츠를 입은 이 씨가 “약간 낀다”고 하자 김 씨는 “이참에 몸무게를 줄이는 게 어떻겠냐”며 핀잔을 준다. “싫어.” 평소 아내가 시키는 대로 옷을 입는 이 씨는 살 빼라는 ‘잔소리’엔 시큰둥하다.

◇ 회사 행사 등 격식 갖출 땐 점잖고 세련되게 = 튀는 스타일보다는 단정한 게 좋다. 검정, 회색, 베이지 등 무난한 기본 컬러에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한 코트 등 고전적인 아우터를 걸치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다만 남자의 경우 출근 복장과 너무 비슷해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코트 안에 터틀넥(목에 밀착된 둥글고 높은 칼라) 스웨터 등을 받쳐 입으면 한결 여유롭고 멋스러운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

이정훈·김태연 씨 부부는 점잖은 베이지색을 커플룩 콘셉트로 삼았다. 이 씨는 울 혼방 코트 안에 받쳐 입은 롱터틀넥 스웨터를, 김 씨는 허리선이 잘록해서 날씬해 보이는 알파카 소재 코트를 베이지색으로 선택해 격식 있는 자리를 위한 커플룩을 완성했다.

◇ 가족 모임은 편안하고 경쾌하게 = 가족 모임을 위한 커플룩에서도 맞춘 듯 안 맞춘 듯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은 계속된다. 요즘엔 설, 추석 등에 친척들과 가족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실용적이고 캐주얼한 옷차림이 제격이다. 그래도 중년의 품위를 유지하는 걸 잊지 말자.

이정훈·김태연 씨 부부는 회색과 체크로 커플룩 분위기를 냈다. 자칫 체크무늬는 너무 튀어서 촌스러워질 수 있는데, 김 씨는 체크무늬 바지를 과감하게 입은 데 반해, 이 씨는 스웨터 안에 체크 셔츠를 받쳐 입어 살짝 드러내기만 했다. 상의는 회색으로 맞췄다. 역시 전체를 같게 입지는 않았다. 이 씨의 스웨터에 살짝 들어간 회색이 김 씨의 니트와 짝을 이루는 정도. 정예지 세정 부장은 “너무 똑같이 컬러를 맞추거나 캐릭터 등 프린트 의상을 입는 커플룩은 40대 이상 부부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서로의 의상 컬러와 비슷한 톤으로 한두 가지만 맞추거나 스트라이프, 체크 등 유사한 패턴을 활용하면 훨씬 세련되고 멋스러운 커플룩을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동미 기자 pdm@ 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부부 동반 친목회를 위해 이정훈·김태연 씨 부부는 같은 듯 다른 빨간색을 포인트로 삼았다. 여기에 디자인은 같고 크기만 다른 스퀘어백을 들어 커플 스타일을 완성했다. 아래 사진은 가족 모임을 위한 경쾌한 커플룩. 회색으로 통일감을 줬다. 의상과 소품은 브루노바피·인디안(이상 남성), 올리비아로렌(여성), 칼린(스퀘어백), 두아니(크로스백) 협찬. 김선규 기자 ufo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