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이 임박한 가운데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6개월 새 29조 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사내 유보금이 늘어난 이유는 그동안 정부의 세금 부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우려한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7일 기업경영 평가기관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에서 3분기까지 사내유보금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3분기 말 현재 사내유보금은 537조 8000억 원으로 6개월 전인 1분기 말 508조 7000억 원에 비해 29조 1000억 원(5.7% )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보율은 1679.1%에서 1733.6%로 54.5%포인트 높아졌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이익 중 세금과 배당 등의 지출을 제외하고 사내에 축적한 이익잉여금에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통상 이익잉여금이 사내유보금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이를 자본금으로 나누면 사내유보율이 된다. 유보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배당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평가받는 반면 그만큼 투자와 배당 등에 소극적이라는 말도 된다. 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해 설비투자나 임금지급, 주주배당 등에 쓰지 않고 사내에 쌓아둔 잉여금에 과세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유보금에는 현금 외에 투자로 인한 유형자산과 재고자산 등이 포함돼 있어,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았다고만 볼 순 없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들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도 148조 원에서 153조 원으로 5조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 중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으로 196조 8000억 원이었으며 1분기에 비해 7.9% 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유보금은 124조 5000억 원으로 1분기보다 7.4% 늘었다. SK그룹과 LG그룹은 각각 6.8%, 5.6% 증가한 58 조8000억 원과 48조 원으로 뒤를 이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