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6일 공공기관의 연구·개발(R&D) 예산 전용 및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기관별 연구과제 중복성 검토’를 의무화하고, 외부 전문가의 심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또 사기진작 차원에서 연구 결과에 대한 보상 규정은 확대하되 ‘불량’ 연구에는 제재를 부과하는 상벌체계 강화 도입 필요성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공공기관 R&D 투자 관리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연구기획 및 과제 선정 △연구·개발 심의 △연구협약 체결 △연구성과 관리 △연구결과 귀속 및 활용 △연구결과 보상 △제재 조치 등 단계별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체계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감사원은 연구기획 단계에서는 과제 중복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 “대통령령으로 과제 선정 시 중복성 검토를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에서 자체 과제를 선정할 때에도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히 보안이 필요하지 않은 과제에는 연구개발심의위원회에 외부전문가를 투입, 객관성 및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감사원은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5개 기관의 외부 위탁연구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고 지적하면서 연구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공공기관장과 위탁연구기관장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감사원은 사후 성과 관리 및 보상규정에 대해서는 포괄적이면서도 전면적인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평가 결과에 따라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연구자에게는 포상 등 우대 조치, 연구 결과가 불량하다고 평가된 연구자에게는 일정 기간 연구 참여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8월 국가(정부) R&D 지원금 부정 사용 신고자에 대한 보상·포상금 총액을 1억1000만 원에서 12억 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놓은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감사 결과 한국수자원공사 등 3개 기관은 ‘실패’ 과제에 대해 조치하지 않았고, 한국석유공사 등 4개 기관은 ‘성공’ 과제에 대한 보상이 없었다. 또 공공기관 특성상 국가연구개발사업과 관련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는 만큼, 연구윤리 규정 역시 정부 부처 수준에 걸맞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보상규정을 내실 있게 운영해야 연구자들의 사기가 진작되고,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의 연구수행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