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청와대 문건의 보도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및 청와대 등에 따르면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48) 경정은 청와대를 나온 이후인 지난 5월쯤 세계일보에 800쪽에 달하는 청와대 관련 문건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당시 박 경정은 과거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다량의 문건이 유출돼 세계일보로 들어갔으며 세계일보가 이들 문건의 보도 문제를 놓고 청와대 측과 조율을 원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세계일보와 접촉했다.

이어 박 경정은 이 같은 내용을 4월 청와대를 나온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세계일보가 자신들이 확보한 문건의 내용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인척과 핵심측근 관련 내용으로 파괴력이 커서 보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은 문건의 회수가 급선무라고 보고 박지만 EG 회장이 자신과 관련된 문건 유출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해야 관련 문건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박 경정은 세계일보 기자와 박 회장을 5월 12일 만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에서 세계일보 기자는 확보한 800여 건의 문건 중 박 회장 주변과 관련된 내용의 문건 120여 쪽을 박 회장에게 보여줬고, 박 회장은 청와대와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정원은 움직이지 않았고, 청와대에는 아예 문건이 전달되지 않아,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은 오모 행정관을 통해 세계일보의 문건 확보 사실과 긴급 회수 필요성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전했다.

정 비서관은 이 사실을 다시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전달했지만 권 비서관이 문건 회수를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