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활짝 정홍원(가운데)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21일 오전 경북 울진군청에서 열린 ‘신한울원자력발전소 관련 8개 대안사업 합의서’ 서명식에서 임광원(왼쪽 세 번째) 울진군수와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울진군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999년부터 15년간 끌어온 신한울원전 건설 관련 ‘8개 대안사업’에 대해 21일 전격 합의, 혐오시설 관련 갈등 해소의 모델 사례로 남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 원전 건설 주체인 한수원, 중앙정부 등 이해 당사자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대해 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여전해 완전한 소통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 데다 8개 대안사업 지원액 규모가 당초의 한수원 제시액에 비해 5배 가까이나 증가한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날 오전 울진군청에서 열린 울진군과 한수원 간 8개 대안사업 협약식에 직접 참석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부는 이번 합의가 향후 주요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 해결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과 같이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그 기여도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원칙이 자리 잡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를 통해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관행도 정착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1999년 3월 울진군이 관내에 원전 4개 호기를 추가 건설하는 전제조건으로 14개 요구사항을 제시한 뒤 이날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지난한 협상 과정이 있었다. 울진군이 당초 요구사항을 8개 대안사업으로 변경하고 주민들에 대한 설득을 병행하는 사이 한수원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부는 “원전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지역은 국가에 기여하고, 국가는 지역에 이에 상응하는 혜택을 준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게 됐다”며 “일방의 이익 관철이 아니라 상호 양보를 통해 원전과 지역이 상생 발전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10년 8월 8개 대안사업 일괄타결 조건으로 한수원이 제시했던 지원액(600억 원)이 4년여 만에 28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울진군이 당초 제시했던 5000억 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규모이지만 자칫 국책사업 추진 공공기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반 주민들의 반발 가능성도 여전하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