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반인도적 인권 실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이 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데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다루스만 보고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12월 총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게 확실시되는 가운데 실제 ICC 회부를 결정하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는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유엔의 진일보한 결의안이 나오기까지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가 불을 붙였다. 9월 유엔본부에서는 처음으로 북한 인권설명회가 열리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인권조사위원회는 2013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설치됐다. 호주 대법관 출신인 마이크 커비 위원장과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인 인도네시아 마르주키 다루스만, 세르비아의 소냐 비세르코 등 3명의 위원은 올해 2월까지 1년여 동안 활동한 후 “북한 최고지도층의 정책 결정에 의해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현지 방문은 실시하지 못했지만 1년 동안 한국과 일본, 영국, 미국 등에서 탈북자 인터뷰 및 청문회를 통해 고문 및 자의적 구금 등 9개 분야의 인권침해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 조사위는 ‘다루스만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저질러져 왔으며 이러한 인권침해의 많은 경우가 국가 정책에 따라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북한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데 대해 국제사회는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의무’가 있고, 인권침해 책임자 처벌 등 ‘책임보장’ 조치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조사위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실태를 언급하며 “정치범 수용소 및 일반수용소 수감자와 종교인·반체제인사, 탈북을 기도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주민을 기아상태에 몰아넣고 외국인을 납치한 것은 체제유지·지도층 보호를 위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인도에 반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