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일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유엔 총회 결의안이 채택된 것에 대해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심각하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유엔이 북한 인권 관련 고강도 결의안을 채택한 것과 달리 정작 국회가 북한인권법안을 10년째 처리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연합(EU) 등이 제안하고 우리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북한인권결의에는 역대 최다인 60개 국가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며 이번 결의안 채택이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 속에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직접적인 논평이나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번 유엔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 변화에 나설 것을 기대하면서 앞으로도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말도 못 꺼내게 했는데, 이번에는 자진해서 인권백서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내놓지 않았느냐”며 “과거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우리와 국제사회가 공조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북한 인권 개선 노력과 달리 국회의 북한인권법 제정 논의는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2005년 8월 당시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이 북한인권법안을 처음으로 발의한 이후 19대 국회 들어서도 윤상현·황진하·이인제·조명철·심윤조(이상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북한인권법안 5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윤후덕 의원 대표발의로 북한민생인권법안을 제출해 놨다. 보다 못한 국가인권위원회가 4월 10일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결정문’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는 법안 내용을 둘러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인권법 논의가 지나치게 정치화·이념화돼 있는 게 문제”라며 “어떻게 하면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부터 분리할 것인지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남석·방승배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