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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명시하는 표현 빠졌지만 사실상 그를 지칭하고 있어

대북 제재로 경제고립 北 세습정권 기반마저 흔들

당분간 북·미, 남·북관계 경색국면 이어질 가능성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사상 최고 수준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 정권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경제제재에 이어 북한의 통치기반을 직접 겨냥해 강한 압박을 받게 되는 상황이 공식화됐다. 이번 결의안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실명이나,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 등의 직접적 표현은 빠졌지만 북한 인권상황의 책임이 최고위층(the highest level)에 있음을 명기하는 등 강도 높은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북한에는 심상찮고,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제재결의안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타격을 받아온 북한이 이제 김정은 세습 정권의 정신적 기반을 뒤흔드는 국제사회의 고립화 작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김 제1위원장 등 북한 최고지도부가 실제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될 가능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이행될 가능성이 낮지만, 안보리가 향후 총회의 이 같은 권고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전문가들은 인권문제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동안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던 북한 지도부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인권 문제를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오산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됨으로써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유엔 총회에서 매년 나왔던 북한 인권 결의안과는 달리 이번 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이 ICC에 회부돼야 함을 안보리에 권고하는 등 실질적 이행을 시작한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문제가 핵문제보다 더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기제가 됐다는 점은 가장 큰 성과로도 분석된다.

예년의 북한 인권 결의안이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실태에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보장을 촉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번에는 최악의 인권 유린 상황을 만들어낸 북한 지도부를 겨냥하면서 제재를 이행하기 위한 행동계획까지 만들어졌다. 강도 높은 결의안에 북한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결의안을 저지하지 못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나 남북관계에서도 당분간은 경색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은 국제사회의 고립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사용할 카드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유엔총회 제3위원회 = 제3위원회는 유엔 총회 6개 위원회 가운데 인권과 사회·문화적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다. 제1위원회는 군축 및 안보, 제2위원회는 경제·개발 및 금융, 제4위원회는 특별정치 및 탈식민 문제, 제5위원회는 행정 및 예산, 제6위원회는 법률을 다룬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초점을 맞춘 북한 인권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국정부의 핵심 외교이슈를 다루고 있어 한국정부와는 가장 긴밀한 위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양상이다. 제3위원회는 회원국이 50여 개국인 인권이사회와 달리 유엔 전 회원국을 포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