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K-21 파도막이 17일 경기 포천시 국방과학연구소 다락대시험장에 전시된 K-21 장갑차 파도막이 모습. 곽성호 기자

17일 경기 포천시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열린 K-11 복합소총과 K-21 장갑차 파도막이, 방탄복 품질성능 시연회는 국산무기 개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국산 ‘명품무기의 대명사’에서 ‘계륵 무기’로 전락한 K-11 시연회는 ‘전자총’ 연구·개발 수준 향상 등 국산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야전에서 실제 활용하기에는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미국 등 방산 선진국과 달리 무리한 개발 목표 설정에 따른 신속한 개발 방향 재전환 등과 관련해 군 수뇌부의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시연회에는 이용걸 방위사업청장,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 소장, 이헌곤 국방기술품질원장 등 국방 획득무기 책임자들과 황진하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 언론, 국방 전문가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낮은 명중률과 살상력 = K-11은 2011년 국방부 종합감사에서도 명중률·살상력이 기대 이하라고 지적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초기 개발 당시 육군 야전 운용성 시험 결과 명중률이 60% 이하로 나타났다”며 “이후 개선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6월 초도 생산 두 달 후인 8월 시험평가 결과 시험용 80정 가운데 38정에서 결함이 나와 불량률이 47.5%나 됐다. 20㎜ 공중폭발탄을 쏘고 나면 소총 탄환이 발사되지 않거나, 공중폭발탄만 쐈는데 바로 소총 탄환이 발사되는가 하면, 사격을 몇 번 하면 총이 휘어지고, 총을 쏜 뒤에 탄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해 육군 납품이 취소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K-11은 2010년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그 뒤 아프가니스탄 해외 파병 부대에 39정이 지급됐지만 2011년 10월 시험평가에서 20㎜ 공중폭발탄 폭발 사고로 전량 리콜 조치됐다.

ADD와 방위사업청은 이후 야전 운용성 시험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됐다며 2013년 11월 말부터 납품을 재개했지만 2014년 3월 12일 ADD의 야전 운용성 시험평가에서 또다시 공중폭발탄이 약실에서 폭발했다. 군은 개선 조치 후 올해 7월 양산을 재개했다. 2020년까지 분대당 2정, 총 1만 정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개선돼야 할 문제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휴대성 낮아 야전 활용성에 의문 = K-11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한국군이 사용하는 K-2 소총 무게(3.1㎏)의 2배가 넘어 휴대가 불편하고 소총 개념인데도 개인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명중률·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사격통제장치·격발장치의 프로그램 성능을 개선하고 완벽한 차폐보호막을 입히는 작업을 해오고 있지만 이 경우 총기 무게가 더 늘어나 휴대성이 떨어지는 난점이 생긴다”며 “개발능력과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과도한 욕심으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복합소총 개념은 나름의 장점에도 불구, 부피와 무게가 많이 나가 참호 등에서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살상력·명중률의 문제가 제기돼 미국은 일찌감치 개발을 포기하고 25㎜ 공중폭발탄발사기(XM 25) 개발로 전환했다”며 “무기 개발 방향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자기파(EMI) 차폐능력 의문 = 군 당국이 총열 폭발 사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전자기파(EMI) 차폐보호막을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격발센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비용 등의 문제로 차폐보호막을 설치하지 않아 구조적 결함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EMI 차폐보호막을 초기 설계 단계에서 생략한 이유가 개발 및 양산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방사청은 EMI 영향성과 관련해 사격통제장치 및 신관에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올해 6월 11∼12일 기품원 주관 아래 경북 경주 풍산안강사업장에서 EMI 영향성 평가를 실시해 일부 차폐막 개선 조치를 취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