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한국 금융시장에 새로운 기회와 성장동력 창출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로 금융당국 주도로 금융 규제개혁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등으로 금융업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국외자금을 국내 금융시장에 끌어올 수 있도록 돕거나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 등을 돕는 관련 규제개혁안들이 아직까지 논의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발표한 703개의 규제개혁안 중 9월 말 기준 50%의 개혁안이 개선(진행 완료)됐다. 금융위가 진행 완료했다고 밝힌 절반의 개혁안들은 내규를 개정해 반영하거나 부서의 논의를 거쳐 개정 법안을 국회로 넘긴 상태다. 국회로 넘긴 개혁안 중에는 국회에서 법안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많아 실제 시행되고 있는 개혁안은 과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규제개혁이 많지만 실제 산업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안들은 아직까지 체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미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국외자금을 국내로 끌어올 수 있도록 글로벌 기업들의 업무 제한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금융규제개혁안이나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한 금융한류를 지원하는 규제개혁안의 처리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재간접 역외펀드(해외 운용펀드)의 편입자산 규제와 사모펀드·헤지펀드 활성화 대책 등을 주문한 바 있지만 ‘재간접 역외펀드 투자 시 국내 판매사 경유 의무 면제’나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역외펀드의 기준가격 제공 주기 완화’ 등은 여전히 해당 부서에서 개혁안을 논의 중이다. 은행과 보험업계에서는 해외 자회사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규제개혁 방안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이 역시 논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해외 자회사 등의 진출 초기에 동일 지주사 내 해외 손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시 담보확보 의무를 면제하는 내용, 보험사가 해외 유동화전문회사(SPC)를 통해 현지 보험사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승인절차를 신고절차로 완화하는 방안,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 인수가 가능하도록 해외 자회사 출자한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은 여전히 금융위 내 답보 상태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각종 규정이 바뀌는 개혁안들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