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종료와 내수침체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기업 경영부담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복지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정치권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기업들마저 악재 속 실적이 줄줄이 하락하며 내년 경영계획조차 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경제살리기에 동참하라고 압박하면서도 정작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의 ‘물정 모르는 행태’에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3일 재계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 1700여 곳의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0.7% 감소하며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4.7%로 1년새 0.4%포인트나 하락하며 수익성도 나빠졌다. 3분기 실적은 더 악화돼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속 수혈이 필요한 기업들이 수두룩한데 법인세 인상 추진은 오히려 채혈을 해가 건강을 더 악화시키는 형국”이라며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저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기업 고사를 막기 위해 법인세 인상이라는 경제 브레이크를 밟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B사의 한 임원도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 추진 움직임에 당혹감을 표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줄곧 기업환경 개선, 규제 완화 등을 언급해 왔지만 막상 정치권이 기업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경영활동을 옥죄는 또 다른 압박책을 논의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를 확대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은 앞다퉈 법인세를 낮춰 가며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자국 기업은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유도하고 있는데, 한국은 거꾸로 법인세를 올려서 자국 기업은 해외로 쫓아내고 외국 기업은 못 들어오게 막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