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금통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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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4개국 중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한 나라는 영국·프랑스·일본·스웨덴·한국 등 16개국이며, 인상한 나라는 그리스 등 6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법인세율을 인상한 6개국 중에서 주요 7개국(G7) 등 한국과 경쟁을 하거나 비교 대상이 될 만한 국가는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복지 재원이 부족하니 법인세율을 인상하자고 나서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문화일보가 OECD 가입 34개국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과 올해 사이의 법인세율(법정 법인세 최고세율 기준) 변화를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내린 국가는 영국·프랑스·일본·스웨덴·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이지만 인상한 나라는 남미의 칠레·멕시코, 유럽의 그리스·헝가리·아이슬란드·슬로바키아 등 6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적으로 법인세율을 비교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권위 있는 방법은 법정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문화일보 조사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G7 국가 중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한 나라는 전혀 없으며, 영국·프랑스·캐나다·일본 등 4개국은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율을 인상한 6개국 중에서 일부 국가는 만성적인 재정 위기를 겪고 있고, 한국이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는 경제 상황이 너무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국들이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치열하게 ‘조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무상급식 등 ‘무상 시리즈’를 무책임하게 내놓은 뒤 일시적으로 복지 재정이 부족하다며 법인세율을 인상하겠다고 나서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황당한 일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이 법인세율 인상,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기업의 돈을 강제로 징수해 무상급식 등의 재원으로 쓰겠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은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기업 옥죄기 정책이 현실화돼 한국 경제가 나빠지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이 복지가 가장 필요한 중산·서민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연구소 관계자는 “기업을 압박하는 각종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중산·서민층과 복지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돼 복지 상황이 오히려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