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티켓몬스터에서 견과류 판매로 성공의 나래를 펴게 된 정대철(오른쪽 두번째) ㈜아이젠트 대표가 신상엽( 〃세번째) 티몬 스토어그룹 리빙1본부장 등 티몬 관계자들과 제품 매출 동향과 관련 시장 흐름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티켓몬스터가 아니었다면 진작 회사 문을 닫았어야 할 상황이었어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자리한 소셜커머스인 티켓몬스터(티몬)사옥. 신상엽(47) 티몬 리빙1본부장과 배윤아(29) 리빙본부 식품건강팀장을 만나 제품 상담을 하던 정대철(46) ㈜아이젠트 대표의 표정에는 기쁨과 떨림이 동시에 교차해 있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 ‘넛츠미’란 견과류를 판매하면서 누적 매출로 50억 원, 내년에는 갑절 이상의 매출을 바라볼 정도로 성공한 중소기업인이다. 볶음 아몬드, 건포도, 호두, 볶음 캐슈너트 등이 들어간 이 견과류는 1800만 봉지, 60만 세트가 팔렸다.

정 대표가 자신 있게 권한 견과류 몇 개를 먹어 봤다. 확실히 기존에 맛봤던 견과류와 차별성이 느껴졌다. 신선했고 고소한 내음이 입안 가득 퍼졌다. 원물의 등급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 대표가 현재의 자리에 서기까지는 ‘간난신고’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1년여 전만 해도 이런 순간이 오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단다.

“1994년에 유수의 외국계 전자회사에 입사해 10여 년을 근무하다가 퇴사한 후 뜻이 맞는 이들과 전자제품 개발사를 차렸습니다. 그런데 설계, 개발, 제조분야에서 엄청난 벽에 부딪혔어요. ‘대기업 품을 떠난 대가를 치르고 있구나’란 한탄까지 했었죠. 자본잠식상태까지 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일부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약간 수익을 올리기도 했는데 자금 융통을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서류만 보고 거절당했죠. 한계를 느껴 새로운 아이템을 찾다가 견과류를 주목하게 됐고 주위의 권유로 티몬을 찾게 됐습니다. ”

일반적인 오픈 마켓이 아닌 소셜커머스를 찾은 것은 오픈 마켓은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는 제품의 노출 자체가 힘들고 막대한 광고비에 비해 매출 효과도 낮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반면 소셜커머스는 특별한 광고비 없이 제품 자체의 경쟁력만으로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티몬의 상품기획자(MD)가 함께 정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제품을 개선하고 엄선하는 과정을 거쳤다. 정 대표도 다른 제품을 일일이 시식한 후 장·단점을 분석하고 소비자들의 구매 평을 모조리 접한 후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조사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일단 구매해 보면 최상급의 원물만을 선별한 우리 제품을 다시 찾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20∼30대 연령층이 소셜커머스의 주 고객인데 구매 후 질의에 일일이 답변해 주며 만족할 때까지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제 1인 가구의 등장과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애견 간식 판매에도 들어가는 등 티몬을 통해 새로운 출발과 도약대에 서게 됐다. 그는 티몬과의 협업을 계기로 ‘중소기업 브랜드를 키우는 데는 소셜커머스, 티몬만 한곳이 없구나. 상생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철학’을 굳히게 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배 팀장은 “넛츠미의 매출 가운데 티몬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라며 “티몬에서 중기제품이 잘 판매되는 이유는 우수한 제품을 선별해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큐레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매자가 제품을 직접 등록하는 오픈 마켓과 달리 MD들이 상품을 직접 발굴, 기획하고 가격과 판매전략을 중소기업과 논의해 경쟁력을 갖추는 절차를 밟는다고. 이 과정에서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제품의 장점이 판매과정에서 효과적으로 노출되도록 소비자의 관점에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홍보와 마케팅 계획을 동시에 수립하는 게 성공의 발판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조2000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티몬은 매출 상위 100개 품목 가운데 중소기업 제품이 60%를 넘는다. 육아 등 특정 카테고리의 경우 8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제품과 기술력은 우수한데도 신규 판매망 개척, 제품 기획 등에서 노하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소셜커머스를 새로운 핵심 마케팅 채널이란 동반자로 삼아 도약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신현성(30) 티몬 대표는 “2010년 5월 창업 원년의 거래액이 33억 원이었으나 4년 만에 364배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가격, 구색, 서비스란 3대 유통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소비자와 파트너의 만족도를 높여 중소기업에게 신 유통채널이자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