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무상급식에 이어 기초연금과 반값등록금 공약에 필요한 재정 소요까지 급격히 늘면서 국가 재정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돈 쓸 곳은 많은데 세수 ‘펑크’로 들어오는 돈이 없어 일시적으로 한국은행 차입과 재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근근이 ‘급전’을 빌려 돌려막으면서 올해 지급한 이자 비용만 1500억 원을 넘어섰다. 1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올 들어 9월까지 한은 차입과 재정증권 발행 등 일시적으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지급한 이자가 15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8조5000억 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해 2644억 원의 이자 비용을 지출했던 지난해와 2조7000억 원의 세수가 부족했던 2012년의 1815억 원보다는 규모가 적지만 3분기까지 수치인 만큼 연간으로는 2012년이나 2013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제시한 일시차입금 이자상환 예산이 60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예상보다 1.5배 수준의 초과 지출이 이미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충분한 세입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으로부터 일시차입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 우선 지출하고 추후 세입으로 빚을 갚는다. 즉 재정증권 발행이나 한은 일시차입은 정부가 자금의 미스매칭(불일치)을 해결하기 위한 ‘돌려막기’ 성격의 급전 조달 방법이다.

특히 세입과 세수 간 격차를 메우기 위한 정부의 차입금은 지난해 한때 28조5000억 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9월까지 최대 20조5000억 원을 기록, 두 번째로 많았다.

국가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연금과 반값등록금 공약 등을 위한 재정 소요는 급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2015년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조2001억 원이었던 기초연금 예산은 내년에는 7조5824억 원으로 2조3823억 원 급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반값등록금 만들기에도 해마다 4조 원 가까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해동·신선종·이화종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