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속화하는 엔저(低)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분석이 제기됐다. 또 유로존과 일본 등 글로벌 경기둔화와 엔저 심화로 한국의 수출 회복세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엔저를 등에 업고 유통·소비재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한국 진출이 이어지면서 투자액이 최근 5년간 8억 달러 이상 급증해 일본의 한국 유통·소비재 시장 장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들은 “지난 10월 한국의 수출 실적은 양호한 편이었지만 유로존 및 일본, 중국 등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엔저가 지속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향후 한국의 강한 수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른 기업의 투자심리 악화, 증시 하락에 따른 마이너스 부의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엔화 약세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노무라는 이어 “BOJ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25엔까지 하락할 경우, 자동차·철강·선박·기계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한국 유통·소비재 분야에 대한 투자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723건·8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도·소매 유통분야 투자는 2010년 127건·2억1936만 달러, 2011년 159건·3억1348만 달러, 2012년 166건·2억5288만 달러, 2013년 101건·8169만 달러, 올해 1∼9월 47건·6034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충남·이민종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