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입도시설설치가 무산된 독도 여객선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독도 입도지원시설 공사 중단을 결정한 지난 1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는 마치 ‘비밀 군사작전’을 하듯이 진행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입도지원공사로 인한 해양오염과 이에 따른 일본의 국제해양법 재판소 제소 우려 논리를 설파하고 이것이 관철된 이후에는 ‘대일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예상한 대응 논리를 마련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특히 정부가 입도지원시설 공사 중단 결정 명목으로 내건 ‘안전관리·환경·문화재 경관 등에 문제점 또는 추가 검토할 사항이 있어 보류로 설정’이라는 문구에서 ‘설정’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서도 확인되듯 공사 중단으로 정부가 내건 명분이 인위적으로 만든 ‘대응 논리’였음이 입증된 셈이다.

당초 독도입도시설은 해난사고 등에 대비해 유사시 피난시설, 담수화 시설, 발전기 등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조건에서 최소한의 안전시설만 설치하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일본의 압박에 못 이겨 국민의 최소한의 안전도 무시되는 결정이 이뤄진 셈이다.

1시간 40분 동안 열린 정부의 ‘대국민 변명 만들기’ 작업은 치밀하게 진행됐다. 우선 이 문제의 이슈화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 부처가 ‘한목소리’를 낸다는 원칙을 정하고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북도 및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설명을 하는 등 초기대응을 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공사 예산 30억 원이 내년도 국회 예산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이 주관이 돼 세부 사업 대안까지 마련하기로 하는 등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작업까지 하려 했던 것이다.윤 장관은 특히 이날 일부 국제법 전문가들의 논리와 일본이 외교채널을 통해 압박한 내용을 전달이라도 하듯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공사 중단에 반대하는 정 총리와 다른 장관들에 대한 강력한 설득 작업을 벌였다. 윤 장관은 독도에 건축물을 짓는 경우는 국제사법재판소(ICJ)관할이고, 이는 당사국이 합의해 부탁해야만 재판이 성립하지만 해양오염 문제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일본 일방의 제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본 정부가 독도입도지원시설 공사 중단에 대해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한 것처럼 일본 정부가 그동안 외교채널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며 정부를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해양법재판소가 1996년 공식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국제분쟁에 대한 판례를 적지 않게 축적했고, 이 판례를 검토한 결과 일본이 일방적으로 제소할 경우 우리가 패소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게 아니라는 일부 국제법전문가의 견해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윤 장관이 내세운 논리가 지나친 ‘저자세 외교’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독도가 아닌 주변 해역의 과학기지 건설에는 해양오염의 우려가 높고 실제로 이명박정부에서 이 같은 우려 때문에 과학기지건설을 취소한 바 있지만 섬에 지으려는 입도지원시설은 해양 오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일본은 자축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의 독도입도시설 건설 중단과 관련, 5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우리(일본)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여러 레벨에서 주장해 왔기 때문에 (건설 계획이) 중단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방승배·정철순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