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 강남’ 강의실에서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 소속 대학생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마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지난 200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소프트웨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인기(37) 책임. 소프트웨어 개발에 취미를 갖고 있던 대 책임은 대학생이던 2003년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멤버십’에 선발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대 책임이 ‘삼성고시’라고 할 만큼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삼성전자 입사 시험을 통과한 비결이 바로 이 소프트웨어 멤버십이었기 때문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멤버십에 들어와 나보다 뛰어난 인재들이 아주 많다는 걸 알았고 그들과의 경쟁을 통해 넘지 못할 산을 넘게 됐다”며 “선후배들과의 자발적 지식교류와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된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대 책임은 말했다. 1991년부터 삼성전자가 진행해 오고 있는 소프트웨어 멤버십 프로그램은 삼성전자가 원하는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대학생 때부터 직접 양성해 채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됐다. 벌써 4000여 명의 인재들이 이 과정을 거쳐갔고 교육생 대부분이 삼성전자의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됐다.

인재 양성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처럼 미래 기업형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눈물 겨울 정도다. 기업에 맞는 인재는 그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구글은 인재를 채용하는 데 6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리고 수백만 장의 이력서를 일일이 검토하기 위해서 채용 담당자만 수백 명을 두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삼성의 경우 이미 1990년부터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왔고, 1995년부터는 ‘삼성 MBA’를 운영하는 등 인재 양성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인재 선발과정에서 학벌과 성별, 출신지를 전혀 따지지 않는 능력 위주의 평가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올해 초 합격한 신입사원 중 지방대 출신이 40%, 여성이 30%를 기록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LG는 10년 후 LG의 인재상에 대해 ‘시장선도형 인재’를 꼽는다.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열정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간파하고 혁신적인 상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는 것이다.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탐방 프로그램인 ‘LG글로벌챌린저’는 ‘미래의 LG맨’을 선발하는 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롯데는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롯데가 매년 롯데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해 수상자에게 채용 전형에 특전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는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전문지식형 인재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융합지식형 인재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과에 충실하고 공학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했거나, 문·이과 교차수강 등 다양한 학습 경험을 가진 인재를 우대하고 있다.

한화는 계열사 상황에 맞는 인재를 중점 육성하는데, 주력사인 한화케미칼의 경우 해외사업을 위해 해외에서의 업무 수행이 가능한 글로벌 인재 육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자사 제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략학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 중심의 인재를 중요시한다. 인턴사원 실습기간 중 문제 해결 능력과 조직 적응성을 중요한 선발기준으로 삼고 있다. GS칼텍스는 모든 신입사원의 최종 면접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주재할 정도로 인재 선발을 중요시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들의 ‘모습’은 각 기업의 경영철학과 인재상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이제 소위 스펙보다는 ‘직무 능력’이나 ‘열정’을 더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모 그룹 인사 담당 임원은 “실제로 신입사원 선발 시 학벌이나 성적 등 스펙보다는 직무와 관련된 능력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데,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자신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인사 담당자들에게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