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를 확정지은 한·미 양국이 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선 “결정도, 협의된 바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안보 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은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을 뿐 비공식 석상에서 상당한 물밑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SCM에서 양국이 전작권 전환이라는 대형 이슈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향후 언제든지 THAAD의 한반도 배치가 논의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3일 오후(한국시간 24일 오전) SCM 직후 한민구 국방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THAAD와 관련해서는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에 어떤 수준(고위급 또는 실무급)의 공식적인 협의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그동안의 혼선을 의식했는지 “양국은 분명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여러 옵션을 추구하지만, 아직은 어떤 공식적인 결정이나 협조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헤이글 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번 SCM에서도 양국이 THAAD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향후 THAAD의 한반도 배치 여부가 한·미 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어떤 결정도 미국 정부 내에서 이뤄진 것도 없고, 우리와 협의한 것도 없다”면서 “장차 미국이 판단해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이번 SCM에서 의도적으로 THAAD 문제를 제쳐뒀을 뿐 이 사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 자체가 복잡한 고려와 논의가 필요한 중대 사안인 만큼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 한·미 간 비용 부담 논란 등이 불가피한 THAAD 문제를 함께 논의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원하고 있는 미국 측이 향후 적절한 시점에 한국 정부에 이 사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9월 30일 미국외교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THAAD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고,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한국 국방부가 즉각 이 사실을 부인한 것에서 알 수 있듯 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외교안보 당국자는 “아직 공식 제의가 없었기 때문에 THAAD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면서도 “THAAD로 인한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 또 배치 비용 논란 등은 피해야 한다는 게 기본 인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