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경환(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1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그가 펼치고 있는 경기진작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16일 취임 후 14주 동안 내년도 예산안, 세법개정안을 포함해 13개 정책을 발표했다. 1주일에 1번꼴이다. 우선 최 부총리의 새 경제팀은 ‘과감한 재정정책’을 표방하며 출범하자마자 ‘41조 원+α’를 투입하는 재정·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2015년 예산안도 올해보다 5.7% 늘어난 376조 원으로 편성했다. 경제 주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경기에 자극을 주기 위한 처방인 셈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로 부동산 부양에 나섰고 유망서비스업 육성방안도 발표했다. 가계소득이 늘어야 내수가 살아난다고 보고 기업소득 환류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패키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엔저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엔저를 활용해 설비투자를 확충하도록 지원하는 역발상 방안을 내놔 주목받았다. 이밖에 여성고용과 시간선택제 일자리 대책, 상가권리금 법제화 등 자영업자 대책 등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선보였다. 10월 초에는 미국 뉴욕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며 세일즈에 직접 나섰다.

최 부총리의 이 같은 뚝심 있고 과감한 경기부양책은 경기의 급속한 위축 가능성을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경제심리 해소에 약효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도로 위축됐던 부동산시장에도 각종 규제완화책으로 온기가 돌면서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14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의 이 같은 시도는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성장·저물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세제 등을 총동원하고 한국은행도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으나 각종 지표는 다시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보다도 올해 세수 상황이 나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종 경제법안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