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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분출하는 무엇, 솟구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작가가 번개를 맞아 갈라진 나무, 강한 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담아낸 작품은 조각가 정현 씨가 종이나 철판에 그린 드로잉이다. 정 씨는 작업 과정에서 떠오른 최초의 감성을 그때그때 일기 쓰듯 드로잉해 왔다. 종이에 콜타르 오일바로 조각하듯 그리거나, 철판이 녹스는 과정을 통해 철물의 질감과 변화를 드러낸 ‘녹드로잉’(사진)도 있다.

서울 학고재 갤러리 본관에서 11월 9일까지 열리는 조각가 정 씨의 개인전에는 신작 드로잉이 비중 있게 선보인다. 전시작 중 입체 조각 7점 외에 드로잉이 70여 점에 이른다. 그동안 용도 폐기된 침목, 아스팔트 콘크리트처럼 낡고 버려진 재료를 활용해 추상적으로 인체를 형상화해온 그는 근래 폐기 철물을 주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의 움직임과 흐름’을 주목해온 그는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 등을 통해 입체조각뿐 아니라 종이드로잉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이번엔 철판 위 ‘녹드로잉’을 처음 선보인다.

육중한 철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는 이번엔 철의 거칠고 강한 물성, 습기가 더해지면 검붉게 녹스는 과정까지 되살린다. 철을 캔버스에 묻히고 이를 긁어낸 뒤 물을 뿌리거나 야외에서 비에 젖으면 철판의 녹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 작품들이다. 평면 위로 시간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녹이 검붉게 나면서 분출하듯 에너지를 품어낸다. 소재를 변형시키기보다 재료 특유의 응축된 에너지를 밖으로 드러내온 작가. 드로잉 역시 에너지의 흐름을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조각으론 철물 자체의 에너지를 주목한 작품, 용접한 철근이 인체를 연상케 하는 신작을 발표한다. 그는 산업폐기물인 제철소 야적장의 쇳덩어리를 전시공간에 들여놓았다. 용광로에 넣기 위해 16t 쇳덩어리를 6∼7년간 25m 높이에서 떨어뜨려 깨는 과정에서 무게가 절반이 된 파쇄공이 정 씨의 손을 거쳐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