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체들이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불응’ 발표 이후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중심으로 공동의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행법 테두리에서 개인정보보호 정책의 상향조정, 영장제도 운영상의 개선점 건의 등이 주내용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데다, 각 업체 간 대응수위 조율에도 시간이 걸려 빨라도 다음주 중에나 성명서 형태의 입장 표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감청영장 불응’ 방침을 밝힌 긴급 기자회견 이후, 네이버·다음카카오·SK커뮤니케이션즈·이베이 코리아 등 인터넷기업협회 이사 등재업체들은 향후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금주말 또는 내주초 회동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파문의 당사자인 이석우 대표가 당장 16일 국감증인으로 출석이 예정돼 있는데다, 업체 간 입장에도 다소 시각차가 있어 실제 모임이 성사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다음카카오의 기자회견 이전에 이사회 회원업체들이 모여 정부의 법 집행 문제점과 고객 해외 유출로 인한 상대적 불이익 등 공동대응 필요성을 논의했다”며 “하지만 이후 개별 이사들의 모임을 잡기 어려워 현재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말이나 내주초에 집행부 회동이 성사되면 이사들의 의견을 조정한 뒤 220여 개 회원사들의 동의를 받아 협회 명의로 성명서 등 입장을 표명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논의 중인 성명의 방향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이용자의 정보보호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 ▲우리나라 영장제도 운용상의 문제점 개선 등 2가지 대안제시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영장제도의 경우, 당사자인 기업이 법을 지키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해도 이용자들의 우려를 100% 불식시킬 수 없어 당국의 개선의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프라이버시와 강제적 법집행 사이의 한계를 새로 설정하기 위해 장기적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는 설명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